두유제조기
한 번도 궁금한 적 없었던 이 물건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한건,
주변의 살림을 오래한 분들의 극적 체험담이 계속해서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직 아이가 어리고, 콩국수를 집에서까지 해먹지는 않고, 시장가면 콩국물 일년에 한번 살까 말까 하는 그런 수준의 나에게
두유제조기 라는 생소한 이름의 기계를 나의 생일에 귀한 분이 선물해주셨다.
큰 관심은 없었지만, 일단 감사히 받았다. 왜냐면 나는 가전기기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거든
써보고 싶어서 오자마자 뜯어서 최적화라는걸 하고(소독인지, 스텐의 이물질을 날리는작업으로 짐작함)
집에 있던 서리태를 한줌 정도 넣고 물 500ml 정도 넣고 두유제조 버튼을 눌렀다.
부글부글 끓더니 엄청 큰 소리와 어마어마한 진동이 부엌에 가득 ㅎㅎ
토요일이었는데, 싱크대가 다 진동하고 울려서 남편이 방에서 나오더니 그 물건을 당장 밖으로 빼라는 소리까지 들었으나,
키친패드를 밑에 까니까 그나마 진동은 줄어서 남편은 다시 들어갔다. 휴, 다만 앞으로는 남편없을때 할거다.
25분 후에 뚜껑을 열어보니
콩국물이 꽤 많이 생겼다. 콩 한줌 넣은거 치고는 꽤 많네? 그리고 한입 먹었는데, 생각보다 부드럽다. 일반 믹서기 돌렸을때랑 좀 느낌이 다르달까? 왜 인지 모르겠으나 암튼 나는 이 신박한 물건에 빠져들었다.
평상시에 죽같은 뜨거운 음식을 믹서기에 넣고 돌리고 터질까봐 조심하고 지저분해지고, 그런 일련의 기분나쁜 경험들이 스쳐지나갔다.
나는 그날 바로 내가 가지고 있던 전기주전자를 당근에 헐값에 올렸다. 이제 이 물건으로 전기주전자를 대체할거다.
그리고 또 뭐 해먹을지 신난다. 호박 사서 호박죽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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